POINT of VIEW 2007.10.05 15:52

우기철이 끝나고 본격적인 '건기' 로 접어들었어야 할 10월. 이상하게도 올해 10월은 필리핀에 비가 많이 온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던가?

역시 비가 많이 오던, 이틀전 저녁때의 일이다.
비가오면 늘상, 그렇지 않아도 붐비던 도로는 더욱 복잡한 상황이 되고, 늘상 그렇듯 차에 오르면서 운전수 다니(Danny) 에게 "안전운전" 을 주지시켰다. 비가와서 복잡하니까, 천천히 가도 좋으니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사무실 앞 도로를 벗어나 '본격적' 으로 복잡한 도로인 에드사(EDSA) 에 진입을 했다. 필리핀의 도로들이 늘 그렇듯이 편도 3~4차선 정도 되는 도로에 6대의 차량이 그들 나름의 '차선' 을 만들어 늘어서 있다.

500m 정도를 갔을까, 조금만 더 지나면 심한 정체구간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때..
갑자기 운전을 하던 다니가 "어어엇" 소리를 지른다. 그 순간 정체를 벗어난 도로앞으로 쏜살같이 차 한대가 우리 앞을 가로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저 차가 우리차 운전석 뒷쪽을 긁고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운전석 옆에 앉아 있던 내가 느끼지 못할 정도, 직접 운전을 하는 운전수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접촉" (사고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있었으니 사실 그리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 빗길에 차량 사이사이를 뚫고 "도망"을 치는 그 차량을 보던 다니.. 어떻게 할까요? 쫓아갈까요?

마닐라에서 생활을 하시는 분이나, 이곳 지리를 좀 아시는 분이라면 대략 짐작을 하실 수 있으리라. 접촉사고간 난 지역은 오티가스 로빈슨 겔러리아 앞이었고, 그 후로 그 차를 "추격" 해서 그 차를 멈추게 한 곳은 쿠바오(Cubao) 지하차도 앞이었으니, 비오는 저녁 퇴근시간의 추격전이 어떠했을까~ 하는 것 말이다.

그 차앞을 가로막고 차량을 세운뒤 다니가 먼저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외국인인 내가 먼저 내렸다가는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불리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편쪽 차량 운전사는 40대 정도의 필리핀 아줌마였다. 차 운전석에서 내리면서 다짜고짜 하는 소리 "그거 큰사고 아니에요. 별거 아닌데..."
필리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왠만하면~ 이곳 현지인들과 문제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내 원칙" 이었지만, 상황이 이정도 되고 나면 내가 등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고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당신도 접촉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얘긴데, 그 상황에서 당신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도망을 가면 그건 뺑소니(hit-and-run case)다. 큰 문제가 아니니까, 도로를 계속 막고 있을필요도 없고, 내일 날이 밝으면 해결을 하자


내가 했던 얘기의 전체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그쪽에서 건네준 "명함" 을 받아서 그 뒷쪽에 차량 번호와 사인을 받아두고.. 그렇게 "사건" 이 잘~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다음날 아침 사무실의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

오전시간이 다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내용이 참 가관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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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때 우리차와 "접촉"을 했던 그 차의 운전수 아줌마의 직업이 "변호사" 란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지... 그리고는 어제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했는데, 큰 사고가 아니니까 그냥 자기가 해결을 해"주"겠단다. 
그가 말한 해결책은, 500페소(우리돈 1만원)를 보내주겠다고 통보를 해 왔다. 차 수리하라고. 흠흠흠...
그리고는, 어쩜 그렇게 무례한 사람이 다 있냐고, 한국사람라 그런거냐고 우리 직원들에게 얘기를 했다나??

다행히도 그 사고현장에 있던, 운전수 다니의 설명으로 사무실의 냉냉했던 분위기는 해결이 되었지만, "가해자" 운전사가 주장하는 "무례한 한국인" 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례하게 했던 행동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도망가려는 사람을 도망가게 놔두지 않고 끝까지 "추격" 끝에 붙잡은것이 그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느껴진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참 ~ 어이없다" 고 밖에는 결론이 나지 않는다.


최근들어서 "어글리 코리안" 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곤 한다.
그 얘기들 중 일부는 우리 스스로의 질책과 반성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필리피노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듣는 얘기들이다.

그들의 얘기를, 그들의 입장에서 듣고 있자~ 하면, 그들이 만났던 한국인들은 전부 이 지구상의 말종들 임에 틀림이 없다.
어쩜 그렇게 시끄럽고, 안하무인으로 행동을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속 한국인들은 그야말로 "어글리 코리안" 들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 현지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실제로 너무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나로써는 "한국인이라서 시끄럽다" 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100% 다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필리피노가 '자신보다 가난한' 또 다른 필리피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연 한국인들이 과연 안하무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차이이고, 개인의 경험이지, 그걸 일반화 시켜 "한국인은 그렇다" 라고 하는 것은 심해도 여간 심한 "오바" 가 아닐까?



아마도 내 차에 "사고" (이제 이건 더이상의 "접촉" 이 아니라, 명백한 사고다.) 를 내고 뺑소니를 친 그 필리핀 "변호사" 는 언제든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얘기가 나올때 마다 "무례한 한국인" 에게 "당한" 일을 얘기하곤 하겠지. 자신이 했던 "뺑소니" 에 대한 얘기는 쏙~ 빼놓고 말이다.

그렇게.. 이국땅, 이곳 필리핀에 또 한명의 "무례한 한국인" 이 탄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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