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2007.11.08 13:24

요즘은 좀 덜하지만, 내가 필리핀에서 생활을 시작했던 2001년, 2002년 즈음에는 주변의 한국교민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바로 97년 해외원정도박 사건의 주인공 "황기순" 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가 그 황기순이 도박을 하다가 망해서 트라이시클 운전수 하던 곳이야"
"여기가 그 황기순이 도박을 했던 카지노야"

확인할 수 없는 '흉흉한' 얘기들을 듣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얘기들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코미디언 황기순.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코미디언이자, 과거 한때 필리핀에서의 원정도박으로 인생의 큰 굴곡을 겪었던, 그 후 다시 재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인간승리의 연예인이다.
지금은 새로 꾸린 화목한 가정의 한 가장으로써, 그리고 사회봉사자로써도 유명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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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순에게 있어서 필리핀은 실패와 좌절, 고통의 나라다. 혹,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전화위복' 의 기회가 되었기에 한편으로는 이곳 필리핀에서의 '경험' 이 그 개인의 인생에 '보약'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리고 알고 있는) 황기순에게 있어서 필리핀은 '가장 싫어하는 나라' 임에는 틀림없다.

다행인것은 그 '개인의 인생' 에 있어서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간혹 보게 되는 TV 속의 그의 모습을 보면서 '황기순이기 때문에 도박을 할 수 있었고, 또 황기순이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라는 누군가(!) 의 평가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그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황기순의 '상처' 는 그렇게 치유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황기순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론 황기순 외에도 몇몇 사건의 주인공들이 더 있기는 하지만..) 그가 떠나고 난 필리핀에는 아직까지 그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황기순 그 자신 만큼이나 '상처' 를 받은 '사람들' 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필리핀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황기순 사건' 이후 한국에서 바라본 필리핀의 모습은 '3D 업종을 위한 해외노동자의 나라' 라는 이미지와 함께 '해외원정도박의 나라' 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TV프로그램중에 '러브인 아시아'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제작의도' 와는 달리, 제작 의도를 의심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들어 놓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동남아에 대한 이미지들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런 경험이 있다. 아니 꼭 나 혼자만의 경험은 아니었으리라, 내가 주변 이웃의 교민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곤 할때면 '공감' 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저는 필리핀에 사는 사람인데요. 잠시 한국에 다니러 왔습니다.

이런 인사에 '한국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건네는 시선은 대략 이렇다.
'어쩌다가 그런곳에서 사시게 되었어요?' 라는... ㅜ.ㅜ

간혹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맞을 때가 있다. 물론 가족들이나 친구들의 경우에는 좀 다르지만, 업무차 맞게 되는 손님들의 경우는 그들의 머릿속에 (아니, 마음속에) 박혀있는 필리핀의 모습 때문인지, '카지노 탐방' 또는 '술집 경험' 을 "기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필리핀은 그런 나라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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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이 넘는 교민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필리핀을 선택해 더 나은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생활해 나가고 있고,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필리핀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것이 현실인 지금!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필리핀" 에 대한 강한 인식 (억만금을 들여서도 '개선' 할 수 없는 필리핀에 대한 나쁜 이미지) 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분명,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겠지만, 이 곳 필리핀에서 받았던 그 상처를 황기순 자신은 이제 잘 치유해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다행이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그 개인의 상처가 '치유' 될수록, 그 상처의 치유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이곳 '필리핀의 사람들' 이 지고 가야 할 상처는 전혀 치유가 될 여지가 없어보인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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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711080936211&code=9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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