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2008.11.24 08:30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10여일간의 짧은 일정동안 예정된 일들을 마무리 짓느라 무척 바쁜 시간들이었습니다.
필리핀을 방문했던 열흘동안 한국은 무척 많이 추워졌더라구요. 불과 열흘만에 이렇게 '급속히' 겨울이 되어 있다니 참 시간의 흐름이라는게 놀랍기까지 하네요. ^^

지난 8월 이후 참 오랫만에 필리핀을 방문한 것인데요. 필리핀도 한국의 날씨만큼이나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지난 8년간의 변화보다 지난 몇개월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필리핀의 변화' 는,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필리핀내의 한국 교민사회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겠군요. 그 변화의 주범은 다름아닌 "환율" 입니다.

지난 주말 (2008년 11월 21일) 현재 사설 환전소의 USD/PHP 환율은 50.05 페소 정도였습니다.
사실 달러 대 페소의 환율이 이정도 라면 무척 무난한! 환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 몇개월 (그 이상의 기간)을 되돌아 보면 40페소 대 초반에서 부터 60페소에 육박한 시기도 있었으니 50페소 정도라면 평균적인 페소 환율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휘발유가격도 40페소 대에서 어느정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걸 보면, 필리핀내의 경제상황은 사실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한국보다는 덜 영향을 받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건설경기는 여전한것 같고 말이죠..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

문제는 달러/페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달러/원화의 문제입니다.
필리핀 교민사회가 특히나 다른 나라의 교민사회에 비해 한국 경제상황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 볼때  최근 달러당 1500원을 넘나드는 달러/원화의 환율은 필리핀 한인교민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차손을 절감하고 있는 전화영어, 화상영어 업체들

불과 몇개월 만에 50%에 육박한 환율 상승이후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 업종은 전화영어 업체들이었습니다. 물론 어학원이나 하숙집 (홈스테이) 등도 적잖은 영향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직접 원화로 지불하게 되는 전화영어의 수강료는 원화 -> 달러 -> 페소화로 환전이 되면서 급속도로 가치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즉, 예전에 수강료 10만원이면 -> 달러로는 약 100달러 -> 약 5,000페소의 가치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10만원 -> 66달러 -> 약 3300 페소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게다가 한국내의 불활이 계속되면서 수강생의 숫자도 줄고, 필리핀내의 비용 (인건비, 임대료 등) 의 상승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현지 업체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그나마 대형업체들은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소규모의 업체들은 뚜렷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어학연수 시장

흔히들 필리핀 어학연수의 특징으로 '저렴한 연수 비용' 을 꼽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 필리핀 연수의 최대 장점은 "맨투맨 수업" 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저렴한 비용이라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 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보통 필리핀의 어학연수 시장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이렇게 1년에 두번의 빅 시즌을 맞게 됩니다. 좀 과정되게 표현하자면 이렇게 두번의 방학 5개월 동안 벌어서 나머지 7개월을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런 필리핀 어학연수 시장이 올 겨울방학을 앞두고 비상에 걸렸습니다. 보통은 11월 하순 부터는 본격적인 어학연수 시즌으로 항공권 부터 숙소, 어학원들도 대부분 예약이 마감되곤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방학은 전혀~ 썰렁한 분위기 입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경제 불황으로 지난 여름방학때 부터 계속되면서 두 시즌 연속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다 보니 그 심각성이 더욱 심해진 것 같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결국 또 '환율' 때문인데요. 어학연수생(대학생, 성인)들의 평균적인 연수비용은 월 평균 약 1200~1500 달러 정도가 됩니다. 이 비용이 최근들어 환율이 50% 정도 급등하면서 원화 환산을 하면 이제 200만원이 거뜬히!! 넘는 금액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필리핀내 물가 상승으로 점점 더 연수비용이 상승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필리핀이 '저렴한' 연수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현지의 판단입니다.


귀국을 서두르는 사람들

필리핀 교민들의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라고 할 수 있는 필** 에서는 최근들어 부쩍 '매물' 정보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살고 있던 (임대기간이 남은) 집에서 부터, 차량, 살림살이들까지 필리핀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분들의 갖가지 사연들을 보게 됩니다.

필리핀의 교민 사회가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필리핀을 방문한 어학연수생, 유학생들과 그들을 위한 제반서비스 (어학원, 하숙집, 유학원, 여행사 등) 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실 앞서 말한 어학연수시장의 침체는 교민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더이상의 희망은 없는가

사실 저 역시도 그랬지만, 필리핀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분들의 경우 그곳에서 엄청난 것을 기대하고 떠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저 한국보다 좀 더 여유로운 삶, 아이들이 영어 때문에 받게 될 스트레스를 좀 덜어줄 수 있다면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소소한 기대감 정도가 필리핀행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소소한 희망사항' 들을 가꾸며 살아가기에 필리핀은 더이상의 희망은 없는 것일까요?

지금의 상황들만을 보면 사실 지금까지의 필리핀에서의 삶에 일정부분 '구조조정' 이 필요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낄 수 있는 부분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 꼼꼼히 챙겨보는 생활의 지혜들이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은 생활비 부담으로 생활의 여러가지 부분에 거품이 더해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또한 너무도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게 되는 '필리핀' 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앞으로는 보다 신중하게 조사하고, 판단해서 실수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된다면, 이 또한 지금의 위기를 통해 얻게 되는 좋은 흐름이 아니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가지, 다각도로 어려운 상황인 필리핀(그 중에서도 교민사회) 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래도 여전히 필리핀은 한국인으로써 영어공부를 하기에 아주 아주 적합한 나라, 그 어느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확실한 영어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환율의 상승과 그에 따른 어려움 또한 비단 필리핀 교민사회만의 것은 아닐테구요.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지금의 위기를 벗어난다면 분명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 있겠죠.



인천공항을 나서면서 한껏 추워진 날씨탓에 어께를 움추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는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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