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2007.06.18 12:46

그러니까, 벌써 10여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1997년 대한민국은 건국이래 최대의 국가적 위기라고 하는 IMF 사태를 맞았고, 나는 그시기에 북유럽의 핀란드, 헬싱키에서 교환학생과정 중에 있었다.

당시 헬싱키는 한국에서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던 관계로, 서울에서 헬싱키까지 가기 위해서는 김포공항 - 대만공항 - 싱가폴 - 덴마크 로 이어지는 항공편과 덴마크 - 스웨덴까지의 기차편,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다시 헬싱키까지가는 배편까지 만 3일이 걸리는 무척이나 먼 거리의 나라였다.
그만큼 먼 거리에서 가끔 듣게되는 한국소식은 국가부도사태라는 둥,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다는둥 하는 흉흉한 소식들 뿐이었고, 출국전 달러당 800원 하던 환율은 급기야 2,000원을 넘어서 한국으로 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유학생의 입장에서는 다시 돌아올수도, 그렇다고 버텨낼수도 없었던 참 암담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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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헬싱키의 기온은 영하 20도 가까이 되고, 날씨 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춥기만한 그런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시절의 좋은 추억을 얘기하라고 하면 당시 내가 만났던, 지금도 가끔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소식을 전하곤 하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생활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교환학생들 중에는 유럽과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고, 아시아권에서는 나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같은 아시아권의 친구들이어서 그랬는지 당시 말레이시아의 친구들과 참 가깝게 지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성탄을 앞두고 있던 어느날 아침. 당시 함께 공부를 하던 친구들중에서 가장 먼저 헬싱키를 떠나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유 한 잔과 소시지 두쪽이 나의 아침식사의 전부였던 상황에서 더이상의 현지 생활을 버텨낸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국가의 운명이 개인의 그것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말이 그렇게 크게 실감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헬싱키 공항으로 출발하던 그날 아침. 사실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쉬운 마음으로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준비하던 내게 그동안 가깝게 지내던 말레이시아 친구중 한명이 다가와서 뭐라 말을 전한다.
그저 아쉬운 인사겠거니~ 했던 내게, 사실 그녀가 전했던 말 한마디는 그 후로 두고두고 내게 큰 "충격"이었고, 외국어를 공부하는것을 새롭게 인식시켜주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을 했다.

헤이! 만약 네가 나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네가 한가지 조언을 해 주고 싶은데 말이지. 영어 표현에 있어서 more good 이라는 표현은 없다구. 비교를 위해서는 better 를 써야 한단 말이지.

무슨 말인가!
작별인사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생뚱맞았던 그 얘기에 난 가만히 내 언어습관, 그러니까 영어로 말을 할때 내뱉곤 하던 more good 이라는 표현을 다시 되뇌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중학교때 이미 배웠을법한 이런 기초적인 표현을 잘못사용하고 있었다는 부끄러움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이렇게 잘못된 표현을 줄곳 사용했던 내게, 그 많았던 나의 친구들이, 심지어는 영국에서 온 친구들 마저도, 정말 아무도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게 되었다.
헬싱키 공항을 출발해서 덴마크로, 다시 싱가폴로 오는 여정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그 more good 의 충고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밤 늦은 시간 김포공항에 도착을 해서 마중나왔던 가족들과 오랫만의 재회를 하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다음날 아침, 한국의 아침은 구수한 밥냄새로 시작이 되었다.
그날 아침. 그동안 잘 접하지 못했던 한국의 소식을 들어보기 위해서 TV를 켰는데, 마침 전날 한국을 방문했던 IMF 총재의 방문소식이 톱뉴스로 방송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IMF가 국가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IMF총재의 방한은 당시 어느 뉴스보다도 중요한 소식이었다.

공항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장의 모습.
저승사자라도 무서워했을 그 IMF총재 (지금 기억으로는 그 사람의 이름이 캉디쉬 였었던것 같다.)의 기자회견 내용은 이러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여러나라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한국은 IMF 관리체제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냥 좋기만한 이런 내용의 인터뷰에서 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그가 말하던 "가장 좋은"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The Goodest! 가장 좋은?!?!

세상에나! 한국가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분의 입에서 나온 "The Goodest" 는 그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more good 과 함께 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해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영어를 사용할때, 아니 어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때든지 올바른 표현, 적합한 문법과 문장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기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말을 비롯해서 다양한 외국어를 배울때 문법과 표현등을 공부하고 연습하곤 한다.

하지만, The Goodest 의 예를 보면서 그 "원칙"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영어(외국어) 를 구사하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당시 감히 IMF총재의 The Goodest 를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것 처럼, 언어속에 어떤 상황의 어떤 내용을 담아내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 아닐까!

얼마전 뉴스를 통해서 유엔에서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한국의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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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수락연설 모습을 보았다.
국제기구의 수장이 된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각종 언론에서도 그의 일대기에 대해서 많이 소개가 되곤 했다. "영어 수재에서 세계의 수장이 되기까지" 라는 기사의 제목은 그에 대한 존경심과 축하의 메시지를 담뿍 담고 있는 듯이 보일정도였다.

유엔의 수장, 세계의 대통령이 되어 세계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그 "영어 수재" 의 연설을 들으며 마음속 박수를 보낸다.
비록 미국영화에서 본듯한 "빠다를 듬뿍 바른" 그런 발음이 아니라 교과서를 읽어내려가는 것 같은 무뚝뚝한 영어 발음이었지만, 비록 해외 뉴스에서 보곤하는 능숙하고 유머스레한 제스쳐는 아니었지만, 그가 세계인들을 향해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영어로 되어 있는" 메시지를 듣고 있자하니 그가 한국인임을, 그가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세계의 지도자임을 느끼게 된다.

영어는 분명 당신의 세상의 범위를 넓혀줄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당신이 그들 앞에서 The Goodest 라고 말을 해도, 당신의 발음이 한국식 억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당신의 얘기에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분명 그건 어떤 것 보다도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영어가, 발음이 혹은 문법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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