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2007.06.21 19:20

1970년대 어느 날 TV에 웬 낯선 외국 가수가 등장했다.
통기타에 긴 머리.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노래를 시작한 그에게사람들은 전기가 통한 듯 매료됐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우린 기뻐서 어쩔 줄 몰랐지’ ‘노래의 제목은 아낙(Anak.아들). 그는 필리핀의 가수 프레디 아길라였다.

‘아낙!! 단 한곡의 노래로 무명에서 단숨에 수퍼스타, 아시아의 별로 당당히 등극했던 프레디 아길라.그의 노래, 아낙은 세계 28개국에서 번안되며 당당히 8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이후 당시 아시아의 가수로는 유 일하게 미국 진출까지 성공하게 된다. 70년대 세계를 사로잡았던 수퍼스타 프레디 아길라, 취재팀이 만난 그는 빈민가 아이들을 돌보는 그들의 아 버지가 되어있었다. 그의 노래처럼 감동적인 그의 삶을 만나본다.


1. 필리핀의 국민가수, 필리핀의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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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마닐라의 한 작은 클럽, 매일 밤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그곳에 프레디 아길라, 그가 있었다.무명시절 인연을 맺은 후 30여년 동안 꾸준히 지켜왔던 그의 작은 무대. 이곳에서도 신청곡 1위는 아낙. 여전히 필리핀에서는 하루 몇 번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프레디 아길라가 음악활동을 펼쳤던 곳에는 그의 동상이 서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람들은 그를 친애하는 캅(Captain)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그는 여전히 필리핀의 국민가수, 필리핀의 ‘조용필’이었다.


2. 아낙(아들), 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자식이라는 뜻의 아낙(Anak)은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지는 감정적인 갈등을 그린 노래다. 프레디에겐 세계적인 성공을 가져다 준 노래. 그러나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는 죄인이 된다. 가수의 꿈을 반대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17살에 가출해 클럽을 전전했던 프레디. 어느 날 문득 밀려오는 향수병과 외로움에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던 노래가 바로 아낙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프레디가 세계적인 가수로 성공하는 것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이미 부모가 되어 아낙(아들)을 낳고, 다시 아낙의 아낙을 본 프레디 아길라는 그래서 더 깊은 회한으로 이 노래를 부른다.


3. 빈민가 아이들의 아버지, 그의 집 마당에서 졸업식이 열리고

80년대 초 라이오넬 리치와 마이클잭슨 등 팝의 황제들과 함께 당당히 빌보드싱글챠트 5위라는 기록을 남긴 프레디 아길라. 그러나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가 살아가는 곳은 마닐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빈민가다. 때 마침 그의 집을 찾았을 때 앞마당에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다름아닌 아이들의 졸업 식 모습. 집 한구석에 마련된 교실 한 칸, 운동장으로 쓰는 집 앞마당... 협소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지만, 이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유일한 공부방. 아낙학교의 졸업식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연필 한 자루까지 공연을 통한 수익금으로 채운다.


4. 마르크스 독재에 항거하던 시위의 한가운데 그가 있었다

그가 가장 큰 성공을 누렸을 당시, 필리핀은 마르크스 독재에 신음했던 가혹한 시절이었다. 그때 프레디 아길라와 필리핀 전체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마르크스 독재를 피해 망명중이던 니노이 아키노가 필리핀으로 돌아오던 중 공항에서 암살된 것.

분노한 민중은 거리로 나섰고, 독재에 항거했다. 프레디 아길라는 그들의 중심에 서서 그들의 숨결로 노래를 했다. 그때부터 그는 필리핀 민중의 삶을 노래하는 가수가 되었다. 자유를 외치는 곳,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곳에 항상 그가 있었다. 이제 그는 단지 가수가 아 니라 사랑과 존경이 담긴 전설이 되었다.


5. 58살 그는 여전히 현역이고 수퍼스타다.
 

거센 항쟁의 시기가 물러갔지만, 프레디 아길라의 노래는 여전히 필리핀 사회를 보듬고 있다. 그는 여전히 술집여자, 해외 이주노동자, 감옥에 갇힌 이들의 아픈 삶을 노래하고 어루만진다. 58살, 그는 여전히 현역이 다. 항상 열려 있는 프레디의 집안 대문 너머로는 오늘도 아이들의 노래 소리가 맑게 울린다.


@ KBS 수요기획, 프레디 아길라, 그릴 기억하십니까 [200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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