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2006.10.15 01:17

혹시라도 길거리에서 노란 머리의 백인들을 만나게 되면, “미국사람 인가보다” 할 만큼, 미국은 우리에게 “외국”을 대표하는 나라였다.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심지어는 교육에 있어서도 미국은 우리의 표준이었고, 미국이 가지고 있는 그 “대국” 의 이미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던 모양이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의 친지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외국 물 먹었으니 영어는 잘 하겠네’ 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어느 외국이든 온통 영어만을 그 언어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진대, 외국생활 = 영어생활 이라는 공식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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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영어는 미국 말이다’ 라고 하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흔히 듣는 질문 중에 영국식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미국식 영어가 낫겠죠? 식의 질문들은 정말이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어는 “영국어” 의 준말이다. 즉, 영어는 영국 말이고 원조영어는 “영국식 영어” 라는 것에는 큰 무리 없이 동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극히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학을 가기 위한 입학시험도 그렇고, 취업을 위한 토익 시험 등에서도 미국식 영어가 우리사회에는 보편적인 영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IMF가 있었던 1997년의 가을 학기에 핀란드의 헬싱키의 경영대학으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당시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지역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는 한국의 가족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가며 공부를 해야 했던 나와 같은 유학생들에게는 정말이지 치명적인 문제였었다. 유학생들 사이에는 2일치 음식을 가지고 3일 동안을 배부르게 먹는 법을 발견했다는 둥, 그런 얘기들이 우스개 농담으로 나올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 시기를 견뎌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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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를 하던 곳은 경영대학으로 경영학관련의 다양한 과목들을 선택과목으로 이수할 수 있었는데, 과목 중의 “고급영어 Advanced English” 경우는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를 해야 하는 과목이었다. 학생들 중에는 이미 충분할 정도의 고급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국학생들도 있었던 터라 영어가 부족했던 나에게는 그 과목이 참으로 고통스러운, 그렇지만 피해 갈 수 없는 존재였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 과목의 담당교수는 스웨덴 사람, 그러니까 영어에 있어서 네이티브가 아니었고 한편으로는, 영국학생들도 있는데 과연 수업이 잘 될까? 하는 생각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첫 수업시간에 나의 그 “염려 아닌 염려” 는 말 그대로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INGLISH” 라고 커다랗게 써 있는 화이트 보드 앞의 그 담당교수의 과목소개를 듣고서 말이다.

교수의 과목소개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리가 배우고 사용해야 할 영어는 더 이상 영국 말(British English) 도 아니고, 미국 말(American English) 은 더욱더 아니다. 우리는 국제어로써 영어를 배워야 하고 이제부터는 영어를 English 가 아닌 Inglish(International English)로 배우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소개다.
한 학기 내내 나는 그 수업시간을 통해서 콩글리쉬에 대한 얘기를 교수와 다른 학생들에게 알려줬고, 독일의 쟁글리쉬 (Genglish) 와 중국의 칭글리쉬(Chinglish), 핀란드의 핑글리쉬(Finnglish) 등 에 대하여도 배워 가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혹시 아직도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마디 조언을 해 주고 싶다. 우리가 배우는 말이 세계공통어로써의 “영어” 이지 미국이나 영국 등 어느 특정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일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해 주시고 싶다.
“난 당신이 베트남에 가서는 베트남식 영어를, 하와이에 가서는 하와이식 영어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차이는 필리핀에서 구입한 내 글래시스(glasses) 가 말레이시아에서는 스팩스(specs)로 쓰이는 것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핫” 과 “홋” (hot) 의 차이 때문에 당신이 영어 공부가 방해 받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본 칼럼은 커리어다음 아카데미 (http://careerac.com) 에 연재중인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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